풀베개 동아리 송년모임

 

풀꽃을 사랑하는 풀베개 동아리 여러분!

산야에 어여쁜 자태를 뽐내던 풀꽃들도 하마 冬安居에 들어가고

벽에 덩그렁 남은 한 장의 달력에 눈이 자주갑니다.

올 봄까지만해도 한자리에서 담소를 나누시던

전의식 고문님이 타계하시는 아픔이 있었습니다.

  한해가 다 하는 세모에 풀꽃으로 인연을 맺은 동아리 여러분의

풀꽃 같이 맑은 모습 뵙고 싶습니다

다른 약속은 미루시더라도  정담으로 더 강건한 새날을 맞이하심이 어떨까요?

 

언제  :12 월 13 일(금)  오후 6 시

만나는 곳 : 맥도널드 인사동 점

 -추후 다른 장소로 이동하가로 합니다-

 

12 월의 독백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오  광  수

 

남은 달력 한 장이

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

한해도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

 

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

손 하나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

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

 

비우면서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

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

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

 

돌아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

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

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채 빈 손입니다

 

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

해마다 이맘 때쯤 텅 빈 가슴을 드러내도

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